휘뚜루마뚜루 펜그림

어반 스케치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내미는 아기자기한 것, 그리는 것,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세심한 성격인 아들은 어떤 때는 꼭 딸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1학년 1학기 초반에는 학원을 따로 보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미술학원에 다녀보겠냐고 했더니 꼭 다니고 싶다고 했다.

" 꼭??? "

뭘 안다고 꼭 다니고 싶다고 하는 걸까, 신기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그리기나 만들기 수업을 하는데 아이의 결과물이 항상 반 정도밖에 진행이 안되어 있는 것도 마음이 쓰여 학원에 보내보니, 아이가 내 생각보다 그리거나 만드는 걸 훨씬 더 좋아하고 있단 걸 알게 됐다. (학교는 빠져도 미술학원은 꼭 가고 싶다고 할 정도...)

스스로 알아채지 못 할 정도로 나 또한 그림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터. 생각해보니 내가 2~3년에 한 번씩 구매한 책에는 꼭 생활 드로잉 책이 있었고, 2년 전에 아이패드 펜슬을 구매한 것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솔직히 퇴근 후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림에 대한 나의 욕망을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아무튼 엄마 또한 이런 상태이니 나도 모르게 평소에도 드로잉에 대한 스위치가 항상 켜져 있는 상태.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웹서치를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탓! 하고 정보가 보일 때가 있다.

어반 스케치?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정말 멋진 풍경을 펜으로 슥슥슥하더니 물붓으로 스스슥~ 하며 그리는 영상이 떴다. 처음엔 수채화 그림인 줄 알고 몇 개를 더 찾아봤는데 이런 그림을 어반 스케치라고 한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넋 놓고 보고 있었다.

' 가만 보자... 어반 스케치를 해보려면..... 음... 가이드 책은 이걸로 사고, 펜 세트는 요거, 물붓이랑 고체 물감은 요걸로.... 다 됐나?'

정신을 차려보니 어반 스케치를 할 때 필요한 재료를 모바일로 주문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어반스케치 수업을 따로 들을 순 없으니 일단 집에서 먼저.. ㅎㅎ

'이건 순전히 아이가 미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뭐, 아이가 펜으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수채화 느낌이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뭐 나는 아이랑 함께 해줘야 하니까....'라고 괜히 찔려하며.

어반 스케치란

약칭, USk. 직역해보자면, '도시에서 스케치를 하는 행위'인 어반 스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손으로 옮겨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뜻합니다.

나는 창의력이라곤 거의 눈곱만큼도 없는 편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실제 사물이나 풍경을 보고 그리는 건 그래도 곧 잘했는데 상상력을 요하는 그림엔 정말 최약체였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 상상, 허구성의 글은 쓰질 못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걸 심플하게 도형화해서 그리는 그림이라니..... 거기다 채색도 무심한 듯 칠한 듯 안 칠한 듯하는 어반 스케치를 보는 순간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대강 그려도 잘 그린 것 같아 보이는 효과까지...)